왜, 산티아고 순례길인가?
산티아고 순례길은 예수님의 열두 제자중의 하나였던 야고보 사도가 복음을 전하면서 걸었던 길이라고 한다. 개신교 시각으로 보면, 이곳은 야고보나 다른 사도뿐만 아니라 바울 사도에게도 복음전파의 대상지였다.(롬 15:23의 바울 사도의 최종적인 선교목적지로 '서바나'가 언급되는데, 이 지명은 지금의 스페인을 말함. 구전에 의하면 바울은 제1차 가택연금으로 있던 로마감옥에서 잠시 풀려나 선교여행으로 이곳까지 도달하여 복음을 전했고, 후에 다시 로마로 돌아가 2차로 감옥에 갇혀 네로 황제에 의해 참수당함)
이길의 시초가 된 주인공인 야고보 사도는 요한의 형제로서, 사도행전 12장의 헤롯왕(헤롯 아그립바 1세)에 의해 칼로 죽임을 당한 인물이다. 전설에 따르면 헤롯왕에 의해 처형된 야고보는 제자들에 의해 수습되어 돌로 만든 배에 실려, 그가 복음을 전한 이곳 스페인 북서쪽으로 향해 보내졌다고 한다. 그러다가 9세기 현재의 산티아고 순례길의 최종목적지인 스페인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Santiago de Compostela)에서 야고보의 유해가 실제로 발견되었고, 이에 카톨릭에서는 성 야고보를 스페인의 수호 성인으로 모시게 되면서 오늘날 순례길이 생겼다고 한다.
이곳은 옛날부터 성인 야고보의 무덤이 있어 종교적 신앙심을 가지고 참배하는 목적으로 많은 사람들이 찾았다고 한다. 그리고 1189년 마침내 '산티아고 데 꼼뽀스뗄라'는 교황 알렉산더 3세에 의해 '로마', 이스라엘의 '예루살렘'과 함께 카톨릭의 3대 성지로 선포되었다. 또한 교황은 칙령을 발표하여 성스러운 해(산티아고의 축일인 7월 25일이 일요일이 되는 해)에 산티아고 데 꼼뽀스뗄라에 도착하는 순례자는 그 동안 지은 죄를 완전히 속죄 받고, 다른 해에 도착한 순례자는 지은 죄의 절반을 속죄 받는다고 하여 더 많은 사람들이 찾기 시작했다.( 카톨릭의 이런 무분별한 '면죄부'의 난발이 1517년 루터의 종교개혁을 일으키게 하지 않았던가!!!)
이를 계기로 순례자들의 수는 12, 13세기에 가장 많이 증가 되는데 이 시기에만 약 50만 정도의 순례자들이 이 길을 걸었으며, 이때 순례 길을 따라 수많은 도시와 마을이 생겨났다고 한다. 순례길은 바로 이 도시와 마을들을 지나가는 여정이다.
이후 이베리아 반도에 가톨릭의 수복이 완료된 후 순례자 숫자는 점차 줄어들었고, 이렇게 쇠퇴의 길을 걷던 산티아고 순례는 1982년에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가 교황으로서는 처음으로 산티아고 데 꼼뽀스뗄라를 방문하면서 다시 카톨릭 신자들의 대중적인 인기가 불붙기 시작한다.
또한 1987년에 EU가 까미노를 유럽의 문화유적으로 지정하고, 1993년 유네스코가 까미노를 세계문화유산에 추가하면서 순례자들이 점차 증가하기 시작했다. 거기에 1997년 파울로 코엘료가 발표한 <연금술사>가 세계적인 밀리언 셀러가 되면서 소설의 배경이 된 이 순례자의 길이 젊은이들의 문화 코드로 자리 잡기 시작했다.
현재는 그 숫자가 급속히 늘어 한해 무려 30만명이 이 길을 다녀간다고 하며, 종교적 신앙심을 가지고 찾는 신자들뿐만 아니라 전 세계 여행자들의 인기 여행 코스가 되었다고 한다. 스페인의 우거진 숲과, 다양한 자연 풍경을 함께 경험할 수 있는 산티아고 순례길의 완주는 짧게는 30일에서 길게는 40일 정도가 걸린다.
순례자들은 순례자 여권인 크레덴시알(Credencial)을 발급받는다. 이 여권이 있어야만 알베르게(Albergue)라 불리는 순례자 숙소에서 잘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진다. 또한 이 여권에 순례 여정에서 지나치는 숙소, 레스토랑, 성당 등에서 도장을 받고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에 도착하여 순례 완주 증서를 받으면 순례자 코스가 끝난다.
이곳을 순례하는 이들의 이유는 얼굴 생김새, 다른 연령대만큼이나 다양하다. 구도자의 길을 걷기 위해서, 종교적 이유로... 자아를 찾기 위해서, 중요한 결정을 내리기 위해서... 각종 인생의 시련, 아픔, 이별을 달래기 위해서... 도보여행, 유럽여행, 문화체험, 장거리 트레킹을 위해서... 각종 기념일을 축하하기 위해서... 자신의 한계를 경험하기 위해서... 마음의 소리를 듣기 위해서... 모든 것에서 벗어나 쉼을 얻기 위해서... 등
스페인 정부 기관 Oficina de Acogida al Peregrino의 통계에 의하면 외국인들 중 문화 & 종교적 이유로 순례자의 길을 걷는 사람이 66%, 종교적 신앙심으로만 걷는 사람들이 25%, 문화 체험적 이유로 걷는 사람들이 9%다.
그런데 흥미로운 것은 순례자들의 연령대가 10대부터 80대까지 다양하고, 처음 온 순례객도 있지만 3~4번, 많게는 20번 이상 온 순례객도 있다는 것이다. 대개는 혼자서 순례하는 자들이지만, 그 외에 친구, 부부, 가족, 연인들도 종종 눈에 띈다. 한 달 정도를 함께하니 더 끈끈한 ‘동지애', '전우애’도 생기리라.
이곳 ‘산티아고 순례길’은 이스라엘의 예루살렘, 로마 바틴칸과 더불어 카톨릭 3대 성지 순례지 중의 하나다. 그러나 카톨릭(천주교) 신자들 외에도, 개신교 신자들과 타종교와 종교가 없는 이들도 많이 찾는다고 한다. 그리고 그 중에 상당수가 한국인 순례자들이라고 한다. 아마도 이곳 스페인을 배경으로 하여 제작되었다고 하는 한국 TV 프로그램의 '윤식당2’, ‘꽃보다 할배’, "같이 걸을까?", 그리고 최근에 방영된 "스페인 하숙" 등의 영향도 클 것이라고 생각된다.
이번에 나의 여정은 카톨릭 신자와 같은 구도의 길도, 자아를 찾는 여행도 아니다. 이제 삶의 현장에서 복음을 전하던 일터를 잠시 내려놓고, 이 역사의 마지막 때에 후회없는 또 하나의 여정을 위한 충전을 갖고자 한다. 주님께서는 심신이 무거웠던 작년 9월부터 매주 1회 근처의 산들을 산행케 하셨는데, 생각해보니 '이 때를 위함이 아닌가'하는 생각이 든다.(순계길의 후기를 보면 평소에 걷기나 운동 등을 꾸준히 안한 사람들은 체력의 한계, 물집이나 골절 등으로 중도 포기도 있다고 함)
나는 평소 어지러운 국내외의 정세를 바라보며 중보기도에 대한 무거운 짐들을 졌는데, 이것도 잠시 내려놓고자 한다. 물론 그곳에서도 크게 들려오는 주님 오시는 발자국 소리를 들을 것이며, 이를 위해서도 계속 중보기도할 것이다. 그러나 그곳에서는 말씀으로 천지와 대자연을 창조하신 주 하나님의 소리에 더 귀를 기울일 것이다. 그리고 다양한 이유로 함께 걷는 이들에게 참 길과 진리와 생명되시는 예수님의 사랑과 복음을 전하는 통로가 되는 것에 더 큰 관심을 가지리라!
이 땅의 순례자들이여, 망설이지 말고 함께 떠나자!
“나의 영혼아 잠잠히 하나님만 바라라. 무릇 나의 소망이 그로부터 나오는도다.”(시 62:5)
'HEALING > 주님과 걷는 트레킹(해외)' 카테고리의 다른 글
어떻게, 산티아고 순례길을 가는가? (교통편) (0) | 2019.05.22 |
---|---|
산티아고 순례길 준비물(5-6월) (0) | 2019.05.21 |
남태평양 피지 "샌둔" (0) | 2018.12.14 |
북한 금강산 (2006) (0) | 2018.11.13 |
감람산(올리브산) (0) | 2018.11.10 |